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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운동선수를 가르친다는 것 : 김지은 KSAAC 원장 인터뷰
  • Name : 한국학생선수교육원
  • Hits : 229
  • 작성일 : 2021-04-26

[인터뷰] 운동선수를 가르친다는 것 : 김지은 KSAAC 원장 인터뷰



센터서클

2021.04.19.

[센터서클 | 서건 대표] 이제껏 대한민국에서 운동과 학업은 병존하기 어려운, 물과 기름같은 개념이었다. 운동선수는 운동만 잘하면 되고 일반 학생들은 공부만 잘하면 됐다. 운동선수가 공부에 몰두하거나 일반 학생이 운동에 몰두하는 것은 주제에 벗어나는 행동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오늘날에도 엘리트 운동선수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며 뛰어다녀도 모자랄 '선수'가 공부라니.

김지은 원장(왼쪽에서 세 번째)



그러나 한국학생선수교육원(KSAAC) 김지은 원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어떤 학생이든 교육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운동선수를 꿈꾸고 있더라도 운동선수 외의 다른 꿈을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운동과 학업의 병행에 대한 담론은 현재진행형이다. 함부로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김 원장의 의견 역시 진리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학생선수들이 과연 '교육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그 권리를 위해 김 원장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담론의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지은 원장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작은 주택을 찾았다. 김 원장은 그곳에서 학생선수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김 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왜 학생선수들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어떻게 학생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는지 상세히 답하며 교육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한국학생선수교육원에서 학생선수들을 도와주고 있는 김지은 원장이다. 학생선수들이 미국 대학교에 진학해 NCAA(미국 대학 스포츠 연맹) 혹은 NJCAA에서 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곳(한국학생선수교육원)에 오기 전엔 어떤 일을 했나.


한국에 있는 국제대안학교에서 미국 커리큘럼으로 수학을 가르쳤다. 고등학교 2학년, 3학년 아이들 위주로 가르쳤다. 대부분 미국 대학교 입시를 목표로 하는 아이들이었다. 물론 국내대학교 입시생도 조금은 있었다. 국내 대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아이들의 경우 정시는 아니고 수시 입시를 도와줬다.

학생선수들을 가르치는 일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인가.


이곳 학생선수교육원의 김기중 감독님이 당시 내가 가르치던 학교에서 운동부를 맡고 계셨다.(김기중 감독은 실업 및 프로 축구에서 활약한 지도자이다. 현재는 학생선수교육원 및 스파르탄즈U18 축구팀의 감독을 맡고 있다.) 어느 날 선수들을 데리고 와서 공부 좀 시켜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부탁을 '엄청' 하셔서 학생선수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처음 가르칠 때는 아이들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가르쳐보니 '하면 할 수 있는' 친구들이었다. 운동을 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았기에 학업량을 쫓아가기 힘들었을 뿐이었다.

좀 더 오래 전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교육자의 꿈은 언제부터 꾼 것인가.


대학교에 갈 때까지는 내가 뭘하고 싶은지 몰랐다. 잘하는 것도 없었도, 즐겨하는 것도 없었다. 그러다가 대학교을 다니면서 선생님을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회가 생겨서 실제로 수업을 하게 됐는데, 힘들면서도 재밌었다.

난 내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좋은 말을 해줄 수 있고, 아이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내가 '쓸모있다'고 느껴지더라(웃음). 아직 어린 친구들, 헤매는 친구들을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선생님이라는 꿈을 꾸게 됐다.

사실 수학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닌데, 선생님을 해야 하다보니까 과목을 정해야 해서 수학을 가르치게 됐다(웃음).

김지은 원장



본격적으로 이곳에서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어떤 분야에서 학생 선수들을 돕고 있나.


두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학업 분야고, 둘째는 입시 분야다. 입시의 경우 아이들이 미국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아이들이 미국 대학교에 갈 수 있도록 대학교 코치들과 연결해준다든지, 대학교 입학처와 연결해준다든지 한다.

정리하자면, 아이들이 미국 대학교에 무리없이 입학하고 학생선수로서 잘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대학교 진학을 돕고 있다고 했는데, 미국 대학교 진학을 위해선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그건 학업수준, 나이, 입학 루트에 따라 다르다. 다만,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건 영어다. 미국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영어실력을 갖춰야 한다. 기본적인 수학실력도 필요하다. 그 외에도 4년제 대학교로 진학하고픈 아이들의 경우 무리없이 4년제 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학업 능력이 필요하다.(NCAA에서 뛰려면 4년제 대학교에 대녀야 한다.)

제자들은 나이대가 어떻게 되나.


어리면 중학교 3학년이고 나이가 많으면 스물세살 혹은 스물네살까지 있다.

영어는 다른 과목들보다 학생선수들에게 다 생소할 것 같은데, 가르치는데 어려움은 없나.


어떤 과목을 가르치는 게 어렵다기보다는 학습 습관을 잡아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학생선수들은 대부분 학업으로부터 거리가 먼 생활을 해왔다. 책상에 앉아 연필을 잡는 것부터가 어색한 친구들이다. 사소한 것들부터 잡아줘야 한다.

그래서 초반에 어려움을 겪는다. 어떻게 공부하고 어떻게 단어를 외우는지 알려줘야 한다. 기본적인 학습습관이 정립되도록 도와야 한다. 학습 습관을 잡아줌으로서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게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학습 습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우리는 일반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단체가 아니다. 어느 분야에서 공부를 진짜 잘해야 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다.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 속에서 기본적인 교육의 권리를 찾지 못한 아이들이 사회에서 무리없이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학업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우리 목표다. 미국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학업적인 능력을 인정받아 장학금을 받기보다, 대학 수업을 무리없이 들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 안될 것도 없다. 지금까지 공부를 하나도 안했어도 본인이 목표와 확신을 가지고 시간을 투자한다면 충분히 (미국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즉, 습관보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습관도 결국 마음가짐이 잡히면 따라서 잡혀가는 것 같다.

마음가짐을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필요할 것 같은데, 제자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나.


내가 학생선수들을 가르치기로 마음먹은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학생선수들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알았기 때문이다. 난 미국에서 10년 동안 생활했다. 학생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았는데 학생선수가 아니라서 그걸 누리지 못했다.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 속에서 힘이 빠지고 너덜너덜해진(웃음) 아이들이 미국에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고, 많은 걸 누릴 수 있다는 걸 알리는 게 중요하다.

김지은 원장(오른쪽 끝)



결국 백번 천번 말하는 것보다 본인들이 직접 미국에 가서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게 효과가 더 크다. 그것만큼 좋은 동기부여가 없다. 미국에 다녀오면 아이들이 동기부여가 완전 '뿜뿜'하게 돼서 열심히 공부를 한다. 그러다가 다시 힘 빠지면 다시 미국으로 간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1년 넘게 미국에 못 간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영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 잔소리보다는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알려주고 이해시켜주는 것이 핵심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아이들이 열심히 안 할 때마다 미국을 데려가긴 힘들텐데, 그럴 때(미국에 데려가기 힘들 때)의 대처가 궁금하다.


내가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은 일반 학생으로 살아오지 않았다. 본인들이 평생 해왔던 건 공부가 아니라 운동이기에 아직 본인들의 삶에서 운동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김기중 감독이 축구인 출신인만큼 한국학생교육원엔 학생 축구선수들이 많다. 대한축구협회 고등부 주말리그에 출전하는 팀인 스파르탄즈 U18 팀도 한국학생선수교육원와 연계해 만들어진 팀이다.) 학업이 미진한 경우나 의욕이 떨어진 경우에는 운동을 맡아주시는 코치, 감독님들과 의논을 한다. 수업 태도와 운동장에서의 태도가 다를 수 있다. 예컨대 운동으로서 힘을 받는 친구라면 그걸 활용해서 공부 쪽에서도 힘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공부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해보자. 한국 대학 입시 영어와 비교해서 가르치는 게 많이 다른가.


한국 대학교 입시 영어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만, 독해나 문법이 중요하다. 미국도 독해와 문법이 중요하지만, 그것들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 운동장에서 무리없이 영어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미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말하기, 듣기 등 회화와 관련된 것들을 배워야 한다. 말하기와 듣기를 독해나 문법만큼이나 많이 가르치고 있다.

난 중학생 때부터 미국에서 생활했다. 대학도 미국에서 갔다. 미국에 가기 전 한국에서는 중상위권 정도 성적의 일반 학생이었다. 한국에서는 문법 위주로 공부를 했고, 그게 분명 영어 실력에 뒷받침이 됐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 가서 수업을 들어보니 한국에서 배운 영어로는 잘 해결이 안됐다. 수업시간에 알아들을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나름 한국에서는 영어시간에 자신이 있었는데 미국에 가니까 80%는 못 알아듣겠더라. 수학수업 외에는 수업을 따라갈 능력이 안됐다.

생존영어가 필요했다. 수업을 이해하는 건 꿈에도 어려운 일이었다. 점심시간에 친구들이 무슨 이야기하나 알아듣는 것부터 시작했다. 앉아서 공부하는 영어보다 부딪히는 영어를 습득했던 것 같다.

김지은 원장



수학을 가르친다고 했는데, 미국 수학교육과 한국 수학교육의 차이점이 궁금하다.


미국은 좀 더 큰 그림을 보며 생각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 같다. 한국에선 입시 준비를 하다보니 시험을 위한 공부, 문제풀이를 위한 공부를 하게 된다. 한국만큼 교육열이 강한 곳도 없지 않나. 그 속에서 수업을 하다보니 문제가 배배꼬일 수밖에 없고 큰 그림을 놓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다. 그런데 미국은 그렇지 않다. 큰 그림 이해시키려고 한다. 문제가 비교적으로 단순하다.

한국 학생들이 고등학교까지는 수학을 진짜 잘한다. 그런데 대학교 들어가고 나서는 외국 아이들이 더 창의적이고 응용력 있는 양상. 그런 면에서 다른 것 같다.

다만, 나는 미국에서 공부를 오래 했다. 한국 수학교육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다. 미국 수학교육이 더 편해서 이런 말을 하는 걸 수도 있다.

학생선수들을 가르치며 보람이 있었던 적이 있었나.


많다. 여기서 일하기 전까지 일반 학생들을 6년 넘게 가르쳤다. 그러다 알파벳밖에 모르는 아이들을 7, 8개월 공부시켜서 미국에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처음엔 감독님한테 못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미국에서 공부해서 미국 대학교에 간 나조차도 대학 입시가 힘들었으니까.

그런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선수 생활을 오랫 동안 했다는 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더라. 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실력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한 주 한 주가 달라졌다.

솔직히 영어를 완벽하게 할 순 없다. 다만, 공부 잘하는 것 외에도 성실하다든지 사교성이 정말 좋아서 친구들을 많이 사귄다든지 교수들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다든지... 본인들 성향에 따라 축구선수 외에도 다른 꿈을 꿀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막연하게 생각한 것이었는데 실제로 아이들이 바뀌는 걸 보며 보람을 느꼈다. 오히려 일반 학생들을 가르칠 때보다 더 보람 있었다. 다 만들어진것에 무언가를 조금씩 첨가해주는 것보다 백지에 그려나가는 게 더 재밌기도 했다(웃음).

교육 철학이 있나.


학생들과의 관계를 우선시한다. 관계를 놓치고 가고 싶지 않다. 결국 선생님도 사람이고 학생도 사람이다. 가르치고 배울 때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통하지 않는데 뭔가를 전달하는 것은 피하려 하고 있다. 다른 교육원 선생님들도 이런 부분을 신경 써줬으면 한다.

관계를 중시한다고 했는데, 수료 후 연락을 이어가는지 궁금하다.


연락을 '엄청' 이어간다. 미국 생활을 위해선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소한 것들에도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2년제 대학에 다니는 아이들은 입학 순간 4년제 대학교 편입을 준비해야 한다. 아이들을 계속 파악하고 있어야 4년제 편입에 유리하다.

필요에 의한 연락도 있긴 하지만 사제지간 이상의 관계로 발전할 때도 많다. 관계가 더 좋은 학생들은 얻는 게 더 많다. 선생님을 활용하는 아이들이다.

한국에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가서 미국 대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행사나 대회에 함께 참가하기도 한다.

김지은 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교육 여건은 괜찮나. 학생선수교육원 김기중 감독에 바라는 건 없나.


괜찮다. 어차피 없이 시작을 했다(웃음). 다만 힘든 부분은 아이들이 학업만 하는 친구들이 아니라서 축구도 하고 공부도 해야한다. 어쨌든 축구는 단체로 하는 스포츠다. 운동 시간에 맞춰 수업시간에 변동이 될 수 있어서 선생님들한테 힘든 부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물론 운동 시간을 우리도 이해하고 존중해야 신뢰가 형성된다.

지금으로서의 목표는 제자들을 NCAA에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자로서 이루고픈 좀 더 큰 목표가 있나.


난 학생선수들을 가르치는 필드에 뛰어든 상태다. 한국은 아직 학생선수를 교육하기 위한 여건이나 환경이 부족한 것 같다. 욕심을 부리는 만큼 우리의 활동이 인정받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자리를 더 확고히 잡고 싶다.

물론 한국도 시스템이 변화하고 있다. 난 학생선수들이 수업의 권리를 찾음으로서 운동과 공부 중 하나만 선택해야하는 일이 없어졌으면 한다. 그런 부분에서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도와주고 싶다. 그런 고민 외에도 고민할 것이 많은 나이 아닌가. 하고 싶은 것들 다 하면서 클 수 있길 바란다.
김지은 원장의 목표는 손흥민을 배출해내는 것이 아니다. 학생선수들을 뛰어난 학자로 탈바꿈시키는 것도 아니다. 학생선수들이 일반학생처럼 교육받을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이 그의 목표다.

최근 엘리트 체육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학생선수들이 일반 학생들처럼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취지의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엘리트 체육 교육을 유지하되 그 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없앨 수 있도록 체육인에 특화된 교육과정을 만들자는 취지의 이야기도 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생산성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말 뿐 아니라 행동이 이뤄져야 한다. 김 원장은 행동으로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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