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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축구계 ‘이단아’ 김기중 대표가 꿈꾸는 한국축구의 새로운 패러다임
  • Name : 한국학생선수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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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 2020-08-03
[인터뷰] 축구계 ‘이단아’ 김기중 대표가 꿈꾸는 한국축구의 새로운 패러다임

센터서클

2020.07.07. 10

[센터서클 | 서건 대표] ‘학업과 운동의 병행.’ 성적지상주의에 찌든 대한민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용기를 내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더라도 금세 눈치를 보게 된다. 운동할 시간에 단어 하나를 더 외우라는 핀잔을 듣거나, 공부할 시간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더 하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특히 대한민국 체육계에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현실의 벽은 높다. 언론들은 올림픽 메달 개수가 줄어들기라도 하면 “대한민국 스포츠가 망해간다.”라고 떠들고, 스타 선수가 나오지 않기라도 하면 “한국 운동계의 뼈아픈 현실이 드러났다.”라고 떠든다. 언론들의 보도를 접한 독자들은 선수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그렇게 만들어진 성적지상주의라는 감옥 속에서, 일부 지도자들은 간수가 되어 선수들을 잔인하게 짓밟는다. 짓밟힌 선수들 중 일부는 학대 속에서 새로운 간수로 자라난다. 운동 속에 학업이 끼어들 수 있는 공간은 없다. 폭력이 끼어들 공간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여기, 높디높은 현실의 벽을 뛰어 넘으려는 ‘이단아’가 있다. 바로, 과거 고양KB와 FC안양에서 축구선수생활을 했던 김기중 대표다. 한국학생선수교육원(KSAAC)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기중 씨는 ‘학업과 운동의 병행’을 기조로 운동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다. 그의 핵심 임무는 선수들에게 운동과 학업을 병행시켜 NCAA(전미대학체육협회)로의 진출 기회를 열어주고, 나아가 NCAA에서의 생활에까지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를 만나서 물어본 질문들은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한국축구(또는 한국 범(汎) 체육계), 둘째는 NCAA다. 이번 글에서는 NCAA보다는 한국축구에 집중해서 김기중 대표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 인터뷰

김기중 대표(이하 김 대표)는 유쾌했다. 그러나 축구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진지했다. 그는 한국축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일부 '꼰대' 지도자를 꼽았다.

우리나라에서 축구를 제일 잘하는 선수들로만 이뤄져있다는 프로 산하 고등학교들, 그 학교들에서 뛰는 수많은 선수들 중 프로가 되는 선수들은 정말 일부 뿐이다. 프로 산하 고등학교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들의 경우 프로가 될 확률이 더욱 낮아진다.

사회는 ‘한 명’으로만 이루어진 곳이 아니다. 사회는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100명의 축구선수들 중에서 프로 진출에 성공한 선수가 한 명이라면, 사회는 프로에 진출하지 못한 나머지 99명의 선수들을 감싸줘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안된다. 우리나라의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은 자기 자신(또는 자기 자식)이 그 한 명이 될 줄로 믿는다. 그러다보니 한 명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나머지가 모두 희생하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일부 '꼰대' 지도자들에게 있다. 학부모나 선수들? 결국 그들도 지도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우리나라의 일부 지도자들은 선수들에 대한 ‘결정권’은 물론 선수들의 ‘생존권’마저 쥐고 싶어 한다. 말 잘 듣고, 자기 손아귀에서 놀고... 선수들과 학부모들을 그렇게 만들기 위한 지도자들의 방법은 한 가지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축구에‘만’ 미치게 하면 된다. 마치 사이비 종교 같이 말이다. 그렇게 하면 지도자는 왕과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지도자들이 학부모와 학생들을 축구에만 미치게 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다 마찬가지다. 그래야 내 말이 곧 법이 되고, 그래야 내 지갑에 회비가 들어오니까.

결국, 가장 큰 문제는 '꼰대' 지도자들에게 있다. 그들이 바뀌어야 한다. 정종선 감독? 학부모들과 학생들로 하여금 축구만 바라보게 하니까 그렇게 군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또한 K리그1, K리그2에 존재하는 22세 이하 선수 의무출전규정에 대해 비판하며 대학축구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축구 최악의 룰은 22세 이하 선수 의무출전규정(이하 U22룰)이라고 생각한다. 그 룰에 의해 후배들이 이용당하고 있다. 많은 학부모들과 선수들은 프로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프로에 가면 성공할 것이다.", "프로에 가는 것만으로 성공이다." 허황된 꿈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나 대학교 1, 2학년 때 프로선수가 돼야 U22 선수로 경기를 뛸 수 있다. 그런데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건가. 23살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냔 말이다. 23살이 되면 많은 선수들이 방출을 당한다. 최종학력 고졸. 갈 데도 없고, 전공도 없다.

U22룰이 선수들을 고졸로 만들어버리고, 선수들을 전공 공부도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찌어찌 해서 22살이 되기 전에 프로에 들어갔다고 해보자. U22룰의 수혜를 받고 뛰다가 결국 시간이 지나 23살이 된다. 그 23살의 선수가 잘하겠나, 아니면 41살 먹은 이동국이 잘하겠나. 이동국이 잘한다. 그럼 그 23살 선수는 방출당하는 거다. 방출당한 후에는 '축구만 잘하는' 고졸로 남는거고.

U22 룰은 대학 축구 선수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대학교에서 22세를 넘긴 축구선수들은 한 물 간 선수로 취급받는다.



초특급 에이스가 아닌 이상, 고등학교에서 프로로 직행하면 백전백패다. 프로는 엄청난 경쟁사회다.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프로에 가서 그 숱한 경쟁들을 다 이겨낸다? 환상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말 잘하는 선수들만 가능하다. 이승우, 박주영, 이천수... 이런 선수들만 가능한 거다. 현행 U22 룰은 아직 상품으로써 완성되지 않은 제품을 백화점 진열대에 오르게 하고 있다. 바뀌어야 할 제도다.

더불어, 어느 나라에서든 그 나라가 스포츠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대학교 스포츠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가 어려워져도 교육비 지출은 줄어들지 않는다. 계층을 연결하는, 또는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가 바로 ‘교육’이다. 만약 대학 스포츠가 살아난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축구도 하고, 배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야구도 할 것이다. 운동을 하면 대학교 진학에 있어 큰 이점이 있다는 걸 아니깐 그렇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어, 운동을 통해(생활체육) 대학 입시에서 추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면? 모든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운동을 시킬 것이다. 자녀들은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며 커갈 것이다. 그렇게 커가다가 프로 선수가 되거나, 또는 다른 전공을 살리거나 하면 된다.

운동선수들은 '프로페셔널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의 우리나라 운동선수들은 '프로페셔널리즘'에 빠져버렸다. 즐겁기 때문에 스포츠를 해야 하는데, 이미 중학교나 고등학교부터 스포츠가 ‘생계수단’이 된다. 그들에게 스포츠가 재미있을까? PC방에서 취미로 게임을 하면 재미있다. 프로게이머로서 게임을 하면 재미가 있을까? 돈을 버는 수단이 된 이상 쉽게 질린다. 고등학생이면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안 끝난 시기다. 그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김 대표는 U22룰 외에도, 선수들을 축구에만 미치게 만드는 또 다른 규칙이 있다고 말하며 그것을 비판했다.

개인레슨도 문제다. 가르쳐주고 돈 버는 게 문제는 아니다. 굳이 배울 필요가 없는 이들까지 가르친다는 게 문제다. 상술이다. 아무리 연습해도 프로선수가 되기 힘든 아이라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지도자들 중에 누가 그런 용기가 있겠냐만, 해줘야 한다. 잘하면 자신감을 심어주고, 아니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나는 제자들에게 용기내서 이야기를 한다. 아닌 것 같으면 전공을 살리라고 조언한다. 물론, 가능성이 있다면 자신감을 심어준다.

김 대표는 진로에 대한 ‘선택권’에 집중하며 학업과 운동이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축구가 좋으면 축구 위주로 하는 게 맞다. 다만, 축구를 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축구선수로서의 꿈을 준비함과 동시에 다른 분야에서의 교육을 통해 '사회화'에 있어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축구를 너무 하고 싶어서 축구를 놓지 못하는 경우도 당연히 있다. 그러나 ‘축구 아니고는 다른 걸 할 수 없어서’ 축구를 놓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만약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어느 팀에서도 콜이 없고, 내가 직접 찾아가 테스트를 봐야 한다?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이 정말 축구를 너무 하고 싶은지, 아니면 축구 말고는 할 게 없어서 축구를 하게 되는지. 우리나라엔 후자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축구가 이 사람의 꿈이고 이 사람의 전부인데, 그걸 이렇게 무시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라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이들이 더욱 많다고 생각한다. 확실하다. 우리나라에 많은 축구 지도자들이 있다. 막상 그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정말 하고 싶어서 지도자를 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 (하고 싶어서 지도자를 하는 게 아닌) 지도자들에게 교육을 통해 다른 분야에서의 채용 기회를 주면 아마도 다른 분야를 택할 것이다. 물론, 천상 축구인들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나 선수생활 정말 오래할 줄 알았다. 엄청 빨리 은퇴했다. 요즘은 '백세시대'다. 35살에 은퇴하면 65년이 남는다. 축구만 바라보고 크면 그 긴 세월을 준비하지 못한다. 코치? 감독? 축구 인프라에는 한계가 있다. 축구 이외의 수많은 시장들로는 가지 못하고 오직 축구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건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축구선수? 좋다. 프로선수가 되면? 더 좋다. 그런데 그 다음은? 그 다음도 준비해야할 것 아닌가.

인터뷰를 하다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겨났다. 축구산업의 중심이나 축구문화의 중심인 유럽을 보면 대학 축구가 그렇게 많이 발전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김 대표의 생각은 어떨까. 김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영국에서 '대학 운동선수'는 사실상 프로선수가 될 확률이 희박한 선수들이 택하는 진로다. 영국에서의 프로는 초등학교 중학교 때 결정된다. 일찌감치 어릴 때부터 높은 레벨의 선수들이 결정돼있다. 나머지 아이들은 대학교에 가서 동아리 축구 수준의 축구를 한다. 다만, 학업과 운동(프로 선수의 가능성을 내포한 운동)을 병행하고 싶다면 다들 NCAA로 간다. 그러다가 프로선수를 할지, 다른 진로로 갈 지 결정을 한다.

일각에서는 ‘중학교까지는 일반 학생들과 동일한 교육을 진행하되, 고등학교부터는 운동에 집중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과연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 이야기가 틀린 건 아니다. 적어도 국내에서 스포츠 정책을 짬에 있어서 그 이야기는 결코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건 불가능하다. 팔이 다섯 개인 나라에 팔이 두 개인 사람이 가면 팔이 두 개인 사람이 장애인이다. 대한민국은 운동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운동과 공부를 병행한다? 그냥 주접떠는 사람이 된다. 우리나라도 만들어가는 단계이긴 하지만, 아직은 멀었다. 지금으로서는 중학교까지 공부를 하고 고등학교에서부터는 축구에 집중하는 것 또한 좋은 방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는 운동과 공부의 병행이 불가능하다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혹자들은 이야기한다. 공부와 운동의 병행은 불가능하다고. 아니, 가능하다. 내가 그렇게 선수들을 키워내 NCAA까지 보냈다.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지도자가 나서서 공부를 시켜야지만 가능하다. 난 선수가 공부를 안 하면 운동을 시키지 않았다. 공부를 해야 운동을 시켰다. 그럼 선수들도 자연스레 공부를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일반 학생들과 선수들 사이의 교우관계가 돈독해졌다. 학교 축제 때 축구부가 MC를 보기도 했다.

학자 수준으로 잘 하게 만들자는 게 아니다. 공부를 하게 되면 생각의 넓이가 달라진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U리그에 C제로 룰(C학점 이상을 받아야 대회 참가 가능)이 생기면서 대학생 선수들이 일반 재학생들과 어울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걸 접하고 하루 아침에 축구를 그만두는 선수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그걸 두고 선수 유출이라고들 한다. 아니다. 이게 맞는 거다. 젊은 선수들이 진로에 대한 다양한 선택권을 가지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다. 그리고, 직업 선수가 못 되는 것 뿐이지, 축구는 다른 진로를 선택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비록 C제로 룰에 대한 반발도 존재하긴 하지만, C제로 룰을 만든 대학스포츠협의회에 박수를 보낸다.

어쨌든, 대한민국 스포츠계엔 아직까지 기본 교육의 중요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꼰대지도자들이 많다. 그러니 대한민국의 스포츠가 변화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대한민국에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시키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NCAA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 NCAA에 간 친구들이 시간이 지나 다시 한국에 돌아온다면, (운동 선수들에 대한) 교육방식이 지금보다 선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전혀 다른 방식의 교육이 이뤄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한국에서도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선수들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시스템이 선진화된다면 굳이 미국에 제자들을 보낼 필요가 없다. 다만, 현 시점에 한국에서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선수들을 키워내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국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도 난 너무 좋다. 그 친구들을 응원한다. 다만, 좋은 선수들이 다른 곳으로 유출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막말로 꼰대들이나 할 수 있는 생각이라고 본다. 좋은 게 있으면 그걸 배워 와야 한다.

그는 생활체육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했다.

항간에 이런 말이 떠돈다. 과거 일본의 체육계가 생활체육화를 진행하면서 일본의 스포츠 경쟁력이 떨어졌고, 최근에 다시 엘리트 체육에 집중하면서 일본의 스포츠 경쟁력이 올라갔다고. 과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거 봐. 엘리트 체육을 하니까 잘 되잖아."라고들 한다.

틀린 말이다. 생활체육이 발달되니 엘리트 체육이 성장을 ‘제대로’ 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생활체육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프로 선수만 혹은 직업 선수만 대단하다고. 그렇지 않다. 프로 선수가 있고 국가대표 선수가 (건강한 구조 속에서) 존재하려면 그 선수들을 받쳐주는 수백 수천 수만 명의 동호인 선수들이 있어야 한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돈을 내고 운동을 한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돈을 내야 프로 선수들에 대한 투자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프로 선수들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그들만이 최고라고 치켜세운다. 운동선수는 특권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단지 사회 구성원 중 한 명일 뿐이다. 특권의식을 과감히 버려야할 때다.

출처: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8730674&memberNo=652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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