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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정한솔 인턴기자 =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대회 출전 일수를 제한하는 '출석인정제' 기준이 강화되고, 2024년 3월부터는 일정 성적 이상을 받지 못한 경우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최저학력제'가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관중으로 가득한 한국시리즈 2차전
(인천=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2일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린 인천 SSG 랜더스필드가 관중들로 가득하다. 2022.11.2 dwise@yna.co.kr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 선수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낮을뿐더러 프로에서도 보통 30대 중반이면 은퇴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제2의 진로' 설계나 사회생활 적응을 위해서는 학생선수도 공부가 필수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강제 규정' 시행에 그칠 게 아니라, 스포츠 선진국처럼 학생선수 스스로 책상에 앉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교육 시스템과 체육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 실정을 고려해 현실적이고 유연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학업 병행하도록 멘토·맞춤형 보충 수업 마련"
이근모 부산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미국도 학생선수가 일정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지 못하면 경기는 물론이고, 연습에 나서지 못하도록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우리와 다른 점은 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2013년 8월 대만에서 열린 '제26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미국 학생선수들이 매일 원격 수업을 듣고 담임교사에게 과제를 확인받은 것을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이 교수는 "수업 결손을 막기 위해 외부 경기가 있을 때마다 튜터를 동행해 보충 수업을 진행한다"며 "취약 과목을 보강하기 위한 멘토를 개별적으로 지정해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펴낸 '스포츠분야 해외선진제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역시 장거리 원정 경기 출전 탓에 결석을 한 학생 선수를 위해 튜터 제도와 인터넷 강의 시스템 등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윈스롭대학교에서 축구선수로 뛰는 이태진(맨 오른쪽) 씨. [본인 제공]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윈스롭대학교 경영학과에 다니면서 축구선수로 뛰는 이태진(23)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 5월 군 복무를 마치고 한국에 머물고 있는 이 씨는 5년 전 미국으로 갔을 당시에는 영어가 능숙지 않아 수업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학교에서 과외 선생님 격인 '어드바이저'를 붙여줬다고 전했다.
이 씨는 "에세이 과제가 많은 탓에 문법 첨삭 등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학생선수들이 학업에 뒤처지지 않도록 다양한 제도가 학교 내에 마련돼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공부하는 선수'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는 대회 출전 기간을 제외하면 일반 학생과 비슷하게 생활하기에 수업을 따라가는 게 가능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 때가 되면 이게 어렵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앰허스트 캠퍼스의 축구팀에서 뛰는 정찬휘(22) 씨도 이 같은 이유로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정 씨는 지난달 31일 연합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공부도 놓지 않는 게 나와 부모님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축구 명문고인 울산 현대고로 진학하면서 3교시까지만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연습에 참여해야 했고, 새벽과 야간에도 훈련이 이어졌다.
그는 "너무 피곤해서 훈련 이외의 시간 대부분은 잠을 잤다"고 털어놨다. 3학년 때는 피로골절을 당해 후반기 리그는 제대로 뛰지도 못했다.
프로축구 2부 리그(K2)와 국내 대학 진학 등을 놓고 고심하던 정 씨는 미국 유학을 택했다.
훈련이 일과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오전 6시부터 한 시간 정도 근력 운동을 한 뒤 오전 수업이 시작됐다. 오후에 한두 시간 정도 팀 훈련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수업과 과제 등 학교생활로 보냈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앰허스트 캠퍼스의 축구팀 훈련 모습. [정찬휘 씨 제공]
그는 "교실뿐만 아니라 그라운드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에 진출하는 게 지금의 목표"라며 "은퇴 후에는 대한축구협회와 같은 체육 행정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학생마다 목표·특성 달라…"유연한 학사기준 세워야"
학생체육 역사가 길고 탄탄한 인프라가 구축된 일부 선진국과 우리나라를 단순히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도 있다.
학생선수 전원이 운동과 공부 모두 잘한다면 바랄 나위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있겠냐는 것이다.
서울의 한 고교 야구부 소속의 2학년생 A군은 "공부와 운동 모두 잘 해낸 선배도 있었지만, 그건 정말 그 형이 특출난 것"이라며 "현실에선 하나만 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해 야구부에서 뛰고 있는 B군도 "공부하라고 해서 수업은 듣고 있지만, 죄다 모르는 내용뿐"이라며 "중학교까지 공부를 안 했는데 알아들을 수 있겠냐"고 하소연했다.
과부하가 걸리는 것은 부모도 마찬가지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구단 지명을 받은 고교 야구선수 아들을 둔 C씨는 "고교 3학년이 되면 KBO 신인 드래프트 준비에 각종 대회 출전에 기록 관리뿐만 아니라 수능 준비, 내신, 봉사활동까지 동시에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내신 등급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자율형 사립고나, 강남 8학군 지역 고교 소속 야구부원이면 전학도 불사하는 학부모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그는 "부모가 1년 내내 달라붙어 관리하지 않는 이상 아이가 아무리 공부와 운동 모두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성공을 보장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헹가래 받는 허세환 감독
허세환 전남 광남고 야구부 감독이 광주일고 사령탑을 맡았던 2004년 6월 23일 '제11회 무등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헹가래를 받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6년 청소년국가대표팀을 비롯해 광주일고와 인하대 등에서 30년 가까이 학생야구 사령탑을 맡아온 허세환(61) 전남 광남고 야구부 감독은 "중학교까지는 공부와 운동 모두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학생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로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는 아이에게는 운동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아니다 싶으면 공부에 더 치중해 대입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대학에서도 일정 시간 이상의 강의를 듣고, 학점을 잘 받지 못하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해놨다"며 "(대학 졸업 후) 프로 진출을 꿈꾼다면 많은 훈련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인권위의 '스포츠분야 해외선진제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대학스포츠협의회(NCAA) 자격센터는 학생선수의 학업 성적이나 경기 기록 등을 토대로 3가지로 분류해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프로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1부 리그의 경우, 1주일 기준으로 38.5시간을 운동에, 34시간을 학업에 쓰도록 규정했다.
2부 리그에 속한 학생들은 31시간을 운동에, 37시간을 학업에 쓰도록 해 공부에 더 비중을 뒀다.
운동선수 이외의 꿈을 품는 학생들 중심으로 구성된 3부 리그는 28시간을 운동에, 40시간을 학업에 사용하도록 했다.
허 감독은 "프로 진출이나 임용시험 준비, 스포츠 행정 분야 취업 등 각자 진로에 걸맞게 유연한 학사 운영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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