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기중 감독의 색다른 도전, '스파르탄즈 U18'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축구를 잘해야 한다. 축구선수는 축구로 평가받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축구 꿈나무들이 축구에만 열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로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서'다.
문제는 축구에만 집중하다보니 다른 것들을 쉽게 놓아버린다는 것이다. 학업이 그 대표적인 예시다. 축구부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훈련을 하러 나가는 모습, 또는 책상에 엎드려 자는 모습은 우리에게 결코 낯설지 않다. 모두들 축구에 집중하는데 나 혼자 공부에 시간을 투자한다면 축구선수가 되기 위한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적잖은 유소년 축구선수들을 공부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축구 꿈나무들은 플랜B를 잃어간다. 플랜A의 성공을 보장받지 못한 채 말이다. 플랜A를 성공시킬 확률, 그러니까 축구선수가 되어 프로팀에 입단할 확률은 매우 낮다. 프로팀에 입단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들을 넘어서야 한다. 심지어는 선수가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난관들도 넘어서야 한다. 언제 올 지 모르는 부상의 마수로부터 몸을 지켜내야 하고, 동시에 그라운드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며,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으로 입상해야 한다. 나쁜 스승을 만나지 말아야 하고, 사기꾼 에이전트도 피해야 한다. 프로팀에 입단을 한 이후에는 더욱 거센 경쟁을 헤쳐나가야 한다.
플랜A의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플랜B를 쉽게 포기하는 작금의 현실은 유소년 축구선수들의 미래를 어둡게 할 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들이 축구선수의 꿈을 처음부터 꾸지 못하도록 만든다. 때로는 아이의 의지가 강력하더라도 학부모가 축구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유소년 선수풀은 줄어들고, 운동선수와 일반인 사이의 위화감은 커져만 간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체육계는 운동선수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운동 선배들의 강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축구계의 경우 유스(유소년) 시스템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다만, 아직 운동선수가 학업을 병행하는 데 있어서는 많은 논의가 오가는 것이 사실다. 본 글에서는 그러한 논의에 대해 독자적인 답을 던지는 한 축구인과 그가 창단한 축구팀에 대해 다룬다.
김기중 감독
FC안양의 창단멤버 출신인 김기중 감독은 이러한 현실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대표적인 축구인이다. 그의 직책은 학생선수교육원(이하 KSAAC)의 감독. 2017년 KSAAC를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KSAAC는 학업지원을 통해 학생선수들이 미국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해 서른 살까지 축구를 했다. 축구를 하며 항상 부족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 부족함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학업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학업지원을 통해 학생선수들이 자신의 꿈을 찾는 것이 그의 바램이다.
김 감독이 학생선수들의 행선지로 미국을 추천하는 이유는 NCAA(전미 대학 스포츠 협회)때문이다. NCAA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학 체육 연맹이다. 미국 대학에 입학해 NCAA 선수가 된다면 높은 수준의 운동능력을 기를 수 있는 동시에 높은 수준의 학업 능력을 성취할 수 있다. 또한 미국 대학은 한국 대학보다 학생들의 운동 능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입학부터 운동선수들에 대한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매력을 지닌다.
그런 그가 이제는 축구팀을 창단한다. '스파르탄즈U18(이하 스파르탄즈)'이라는 이름의 유소년 축구팀인데, 눈여겨볼 점들이 꽤 많다. 본 글에서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간추려보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총괄 디렉터의 선임이다. 디렉터(director)는 아직 대한민국에서 생소하나 축구 선진국들에서는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개념이다. 팀의 틀을 잡아주는 것이 디렉터의 역할인데, 팀의 철학을 만들어 팀의 전통을 이어나가야 한다. 감독보다 더 넓은 범위를 신경써야 하는 직업인 셈이다.
스파르탄즈는 총괄 디렉터로 이인성 서울대학교 축구부 감독을 선임했다. 서울대학교 축구부는 선수들이 학업과 축구를 병행하는 대표적인 팀이다. 이인성 디렉터는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학업과 축구의 병행 체제를 관리해온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또한 그는 UEFA B급 지도자 자격증과 AFC A급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달라스컵에 출전한 KSAAC 선수들
마지막으로 눈여겨볼 점은 이름이다. 보통 축구팀은 지역명 앞이나 뒤에 'FC' 또는 '유나이티드' 등이 붙어 이름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김기중 감독은 팀 이름을 '스파르탄즈'로 지었다. 팀명을 스파르탄즈로 한 이유를 묻자 그는 "철학이 담긴 이름을 짓고 싶었다. 스파르탄즈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스파르타의 전사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들은 무예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문무를 겸비한 열정적인 리더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라고 답했다.
스파르탄즈를 창단함으로서 김 감독은 KSAAC의 대표감독이자 스파르탄즈의 감독을 겸임하게 됐다. 그는 "필드에서는 축구를 가르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고, 필드 밖에서는 학업능력을 길러주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며 운동과 학업의 병행을 강조했다. "학생선수들로 하여금 프로선수, 국가대표 선수가 되도록 코칭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난 모두가 프로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그, 그의 도전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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